• 최종편집 2021-12-04(토)

‘디지털 소외’ 노인, 영상에서 춤추다

[지역에서 바라본 저출산·고령화 사회] ① 정보 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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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0.11.08 06:15   조회수 : 3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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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수도권이 아닌 중소 도시는 활기를 잃고 있다. 청년은 교육이나 일자리 등을 이유로 서울로 향하고 지역에 남은 노인은 코로나로 빠르게 진행된 디지털 사회 속 소외되고 있다. 출산 지원금, 전입 지원금 등 청년 인구를 늘리기 위한 정책은 단기적 효과만을 노리는 데 그치고, 독거노인 비율은 갈수록 늘고 있다. <중부저널>은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소멸 위험지역에 진입한 충북 제천의 현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① ‘디지털 소외’ 노인, 영상에서 춤추다

② 마을 주민이 함께 만드는 ‘가을 음악회’

③ 선거 때 남편 말 “몇 번 찍어” 거부한 할머니

 

“지금부터 저는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갈 겁니다.”


지난 9월 30일 한국 방송(KBS)이 기획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에서 가수 나훈아(73) 씨가 한 말이다. 흰머리에 주름진 이마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그의 열정적인 무대와 당당한 외침은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청년층까지 사로잡으며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지난 5일 오후 7시 충북 제천영상미디어 센터에서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고 간’ 이들이 모였다. 직접 만들고 출연한 영화 시사회를 위해서다. 주인공은 가수 나훈아 씨의 형, 누나 뻘인 평균 나이 75세의 17명 수강생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인생’ 팀이다. 15명이 높은 출석률로 이날 수료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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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오후 7시 충북 제천영상미디어 센터에서 평균 나이 75세, ‘아름다운 인생’ 수강생들이 5개월간 열정적으로 만든 작품 4편 시사회를 가졌다. 사진은 시사회 첫 번째 작품 <코로나 너 물렀거라>의 한 장면. © 임지윤

 

제천영상미디어 센터는 2012년부터 제천에 거주하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스마트폰부터 카메라,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소통 방법을 교육해 왔다. 올해 6월부터 시작된 영상 제작 교육은 코로나 때문에 잠시 중단된 적도 있지만, 수강생들이 90% 넘는 출석률로 열의를 보여준 덕에 4편의 작품이 시사회를 열게 됐다. 이영희(60) 제천시 문화재단 상임이사를 포함해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관객 30여 명은 코로나 방역 때문에 최소한의 지인과 ‘아름다운 인생’ 팀원으로만 구성됐고, 서로 한자리씩 띄어 앉으며 거리를 유지한 채 영화를 관람했다.


“영상 속에서는 나이가 중요하지 않아”


시사회를 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5개월간 함께 해왔던 시간이 영상에 녹아 있고, 그 속에 없는 추억은 기억으로 남아 있으니 매 장면이 이들에게 명장면이었다. 첫 번째 작품은 <코로나 너 물렀거라>였다. ‘아름다운 인생’ 팀원 각자가 배우가 돼 코로나 이후의 삶을 연기했다. 두 번째 작품은 임일권 수강생의 <가을>이었다. 울긋불긋 수놓은 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지난 인생을 돌아보는 내용의 창작 시를 얹은 작품이다. 작품을 감상한 뒤 이날 시사회에서 진행을 맡은 문규열 씨는 정말 아름다운 시라며 “나이는 먹어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포도주처럼 익어가는 것이라는 노랫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그는 “횟수가 갈수록 쌓이는 나이테로 나이를 비유하자면 우리는 지금 ‘황금 나이테’”라며 “늘 젊은 마음으로 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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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인생’ 팀이 시사회에서 선보인 첫 번째 작품, <코로나 너 물렀거라>의 한 장면. © 임지윤

 

▲ 시사회 두 번째 작품 임일권 수강생의 <가을>. © 임일권

 

세 번째 작품은 조옥희 수강생의 <우리 고향 제천 의림지> 였다. 제천의 자랑, 의림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작품이다. 영상을 제작한 조옥희 씨는 “동창회 모임을 해마다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이번에 못 해서 친구들이 많이 보고 싶다”며 “특히 타지에 있는 친구들은 제천이 어떻게 변했을까 보고 싶어 할 것 같아서 영상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네 번째 작품은 ‘아름다운 인생’ 팀 모두가 가수 송대관 씨의 <해 뜰 날>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는 뮤직비디오다. 온갖 분장을 하고 나와 몸을 흔드는 모습에 웃음소리가 극장을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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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인생’ 팀 모두가 출연해 <해 뜰 날> 음악에 맞춰 노래하고 춤추는 뮤직비디오. © 임지윤

 

▲ 시사회 세 번째 작품 조옥희 수강생의 <우리 고향 제천 의림지>. © 조옥희

 

‘아름다운 인생’의 최고령자 팀원 유명상(83) 씨는 “작품을 만들며 어려웠던 것은 생각나지 않고 즐거웠던 기억만 있다”며 함께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열정을 다한 팀원들에게 감사함을 표시했다. 그는 “우리는 직장을 다니지 않으니 카톡, 밴드 통해서 정보 나누고 소통하는 게 다인데 손아귀에 있는 이 스마트폰만 잘 활용해도 코로나는 문제없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말부터 진행될 온라인 화상 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 교육도 수강할 예정이다.

 

“예전에 문학, 음악, 연극 등 여러 가지가 있다가 영화가 나왔잖아요. 영화를 종합예술이라 하잖아요. 처음 나올 때 신기했는데 지금 스마트폰이라는 신기한 물건이 모든 걸 다해주잖아요. 늙은 사람도 편집에 따라 젊은 사람처럼 팔팔 뛰고 얼마나 신납니까. 그래서 인생을 재창조하는 기분이에요. 나이 핑계 대지 말고 살 만큼 살았으니까. 이제 못 해본 것, 해보고 싶은 것 욕심내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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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인생’의 최고령자 팀원 유명상(83) 씨. © 임지윤

 

코로나 상황 속 더더욱 ‘디지털 소외’ 없애야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며 디지털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온라인 화상 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을 통해 업무를 보고, 카페나 식당에서는 출입 명부 대신 QR코드를 요구한다. 디지털 사회가 빠르게 진행되며 젊은 층에 비해 디지털 기기 활용에 취약한 고령층 불편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9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정보화 수준은 고령층이 일반 국민 대비 64.3%에 그쳐 저소득층, 장애인 등 취약계층 중에서도 가장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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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는 정보화 수준은 고령층이 일반 국민 대비 64.3%에 그쳤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우리 사회가 이들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에 따라 노인은 ‘디지털 소외’ 계층에서 벗어나 ‘미디어 제작자’로 함께 살아갈 수도 있다. 지난해 제천시 주민등록인구로 등록된 노인 인구는 60세 이상 29.2%, 65세 이상 20.1%, 75세 이상 9.2%이다. 고령화율은 20.1%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것이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독거노인 비율은 34.4%를 차지한다. 노년층을 위한 제천시의 지속적인 재교육과 재사회화 과정이 필요하다.


‘아름다운 인생’ 팀의 보조강사로 6개월 함께했던 조옥주(45)씨는 ”어르신분들이 미디어를 처음 접하는데 너무 잘하시는 거에 깜짝 놀랐다“며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기에 내년에도 강사로 불러주신다면 또 영원한 손주로 함께하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주 강사로 활동한 지성기(57) 씨는 ”스마트폰 사용법 10회차, 영상 편집과 제작 15회차로 나눠 총 25회차 교육을 진행했는데, 코로나로 힘들 때도 많았지만 어르신들이 집에 가서도 반복 연습하며 엄청난 열정을 보여줘 시사회까지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자로서 자신의 목표는 노인분들이 영상 편집기를 연필 쓰듯이 쓸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었다“며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하고 반복 연습해서 수강생 모두가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고 교육 철학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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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인생’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지성기(57) 씨가 제천 영상미디어 센터에서 노년층 대상으로 영상 제작 교육을 하는 모습. © 제천 영상미디어 센터 ‘봄’

 

“저도 (제천) 영상 미디어 센터에서 영상을 배웠거든요. 100세 시대인 지금 10대 때 배운 지식으로 80대까지 사는 건 말이 안 돼요. (필요한 것을) 새삼스럽게 배우긴 해야 하는데 영상 접근이 쉽지는 않아요. (제천 영상 미디어 센터에서 미디어 교육을 한지) 10년 넘었지만, 영화 감상 회원은 수백 명 돼도 영상 제작 회원은 불과 십여 명뿐이거든요. 예전에는 글로 표현을 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영상도 가능한 시대가 됐잖아요. 충분히 누구나 이 스마트폰을 연필 쓰듯이 쓸 수 있다면 자기 삶이 풍요로워지겠죠. 기자님은 큰 카메라를 들고 있지만, 일반 사람들도 이 작은 휴대폰 카메라로 일상을 다 찍을 수 있으니까 어르신분들도 나이 걱정하지 말고 함께 배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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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인생’ 팀 단체 사진. © 임지윤

 

제천 영상미디어센터는 전국미디어센터 협의회에서 주최하는 ‘프리스터디’ 공모 사업에 지원, 선정돼 11월 말부터 온라인 화상 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 사용법 교육을 노년층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제천문화재단 황인경(28) 주임은 “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은 실버 계층이 미디어에 익숙해져 풍부한 여가 생활을 가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미디어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노인분들의 참여율이 엄청 높고 이번에도 굉장히 열정적으로 영상 제작에 임해주셨는데 앞으로 있을 비대면 플랫폼 수업도 참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90910)에도 실립니다. <중부저널>은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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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맨

안녕하세요. 충북 제천의 지역 언론 '중부저널' 열정맨, 임지윤 기자입니다.

열정맨이 '중부저널'에서 쓴 뜨거운 기사, '‘디지털 소외’ 노인, 영상에서 춤추다'를 소개하려 합니다.

지난 5일 오후 7시 충북 제천영상미디어 센터에서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고 간’ 이들이 모였습니다. 직접 만들고 출연한 영화 시사회를 위해서인데요, 주인공은 가수 나훈아 씨의 형, 누나 뻘인 평균 나이 75세의 17명 수강생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인생’ 팀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www.jbjn.kr/news/view.php?no=173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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