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4-04-19(금)

"못 지킬 약속 안 해, 공약 삭제는 반성"

[민선7기 공약이행 점검]①이상천 제천시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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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2.01.21 15:23   조회수 : 1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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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는 이상천 제천시장과 지난달 28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올해 6월 있을 지방선거에 앞서, 민선 7기 공약사업 이행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듣기 위해서였다. 그는 시장으로서 한 약속은 모두 지켰다고 자신했다. 이행률과 실질적인 성과 모두 성공적이었다고 자부했다. 실제 도심 활성화와 여러 복지정책 등에서 그가 이룬 성과가 적지 않다. 공약한 사업이 아니더라도 시책 전반을 추진력 있게 진행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하지만 선거 때 내세운 공약이 당선 뒤 빠져버리거나 애초 공약한 목표치가 기대 수준에는 못 미치기도 했다. <단비뉴스>가 지적한 내용에 대해 이 시장은 반성하는 대목도 있다며 공약 이행에 일부 부족한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다음 선거에 나서 모자란 정책을 보완하는 공약을 내놓겠다며 재선 의지를 비치기도 했다. 

 

“높은 이행률, 지킬 약속만 했다”

“역대 어느 시장보다 공약에 신경을 썼고, 시민과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용직 공무원 100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임기 중에 전환하겠다 했는데, 106명 바꿨어요. 충청북도가 아니라 전국 어디서도 이 정도 성과는 저희밖에 없을 거예요. 제가 공약해서 지킨 거예요.”

이상천 시장은 인터뷰 첫머리에 “공약 이행률은 자신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상천 시장의 42개 공약 이행률은 90%다. 하소동 화재건물 철거와 활용방안 마련, 제천시농산물유통법인 설립 등 전체 절반이 넘는 28개 공약이 이미 이행률 100%를 달성했다. 충청북도 자치연수원 이전과 옛 동명초등학교 부지 도심광장 조성 등 큰 공사가 필요한 공약은 아직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미 건설에 들어갔거나 마지막 행정절차인 실시설계 단계에 있어 민선 7기 임기 말까지 일단 큰 차질없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은 높은 공약 이행률을 근거로 시민과 약속을 지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식적이고 끼워 맞추기식 공약은 완전히 반대한다”며 지킬 수 있는 공약만 내걸었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은 인구 증가처럼 이루기 어려운 목표는 공약하지 않은 것을 두고 스스로 ‘기특하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추세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현상을 막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소규모 전원마을 조성 지원정책(귀농귀촌 정주센터 설립 공약)을 하는 것은 귀농 대책을 더 실질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12월 이상천 시장이 <단비뉴스>에 공약 이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임효진

 

이 시장은 그러면서도 “공약 이행률을 높이려고 (수치로 드러나는) 성과에만 집착한 건 아니”라고 말했다. ‘체류형 관광’ 정책으로 추진하는 의림지 리조트 건설 공약은 이행률 50%로, 여러 공약 가운데 이행률이 가장 낮다. 그동안 여러 기업이 사업을 희망했지만 제천시가 마땅한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천시는 지난달 드디어 민간사업자를 선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역시 이번에도 내실 있는 사업을 추진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재심사하기로 했다.
 
이 시장은 “두 회사가 사업을 하겠다고 지원했는데, 한 곳은 총자산이 700억 원이고, 한 곳은 5억 원밖에 안 돼 정량평가 점수가 모자랐다”며 “정성평가 점수를 조금만 더 주면 기준점수를 넘기게 할 수도 있었지만 공약 이행이 늦어지더라도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제천시는 사업자들에게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본력을 확보한 뒤 다시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체류형 관광 정책의 또 다른 주요 공약인 드림팜랜드 조성사업은 이행률이 70%로, 올해 말이면 실시설계와 토지매수가 완료돼 내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공약 자체는 차질없이 이행되고 있지만 막대한 비용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테마파크가 들어설 예정지에 사유지 매각에 난색을 드러내는 토지주도 일부 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전체 토지주 가운데 21%가 공동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며 “공익을 위한 사업을 할 때 단호해야 한다. (끝까지 협의매수가 되지 않으면) 강제수용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안전 주요 공약 제외된 것은 ‘죄송’

이 시장은 공약 이행률뿐만 아니라 ‘공약 확정률’도 준수하다고 자부했다. 선거 공보물에 공약 46개를 발표했는데, 당선 뒤 이행 지표를 관리할 공약으로 42개를 채택해, 확정률이 93%라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를 공약 사항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이 수치는 달라진다. 이 시장은 당선 뒤 제천시에 59개 공약이 실현 가능한지 검토하라고 제출했다. 여러 기자회견과 온라인 홍보 등을 통해 공약한 내용이 모두 포함된 목록이었다. 이 가운데는 지역주민 건강과 안전에 필요한 굵직한 사업도 포함돼 있었지만 최종 이행 대상 공약 목록에서 제외됐다. 

 

시립 심·뇌혈관질환센터 설치는 이 시장이 출마선언문에서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을 만큼 비중이 컸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제천시 건강관리과의 검토 결과에 따라 취임 직후 이행 공약 목록에서 제외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제천명지병원이 자체적으로 심뇌혈관센터 설치를 추진해 착공까지 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전국 70개 중진료권마다 지역심뇌혈관질환센터 운영을 지원할 계획인데, 충북 북부권역인 제천권에서는 명지병원이 유일해 정부 지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 지난해 11월 명지병원 심뇌혈관센터 기공식에 참석해 발언하는 이상천 시장. ⓒ 신현우

 

“표만 얻으려고 지키지 못할 공약을 한 적이 없어요. 대형병원 유치하겠다? 한 적 없어요. 심뇌혈관질환센터는 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오늘 (인터뷰 준비하면서) 봤더니, 공약에서 뺐더라고요. 제가 공약에서 뺐어요. 혹시 내가 못 하면 어떡하나 (당시에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 시장은 공약에서는 빠졌더라도, 명지병원 심뇌혈관센터 건립 추진에 역할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명지병원 측에 물어보면) 시와 소통이 안 됐으면 그 사업을 할 생각조차 못 했을 거라는 답이 돌아올 것”이라며 “그만큼 내가 신경 쓴 결과”라고 말했다. 또 “센터가 지어지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지원 방법에 대해 이 시장은 “심뇌혈관센터를 24시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문의가 네댓 명”이라며 “연간 급여가 한 사람당 1억 원 가까이 들어가는데 제천시가 (임금을) 보전해 주는 게 의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에서는 대학병원도 아닌 일반병원에 지자체가 지원금을 주는 데 부정적인 의견”이라며 “그럼에도 시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면 지원방안을 담은 조례를 만들어 지자체가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예비후보 시절의 주민 안전을 위한 공약이 제외된 것도 물어봤다. 제천시 왕암동 제2 산업단지에 들어선 수십 개 화학물질제조업체에서는 위험한 물질을 취급하다 보니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랐다. 이들에 대한 ‘화학물질 정보 공개 제도화’는 이상천 시장이 예비후보 시절 시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며 제시한 공약이지만, 정식 공약으로 이어가지 않았다. 그러다 시장 당선 1년 뒤인 지난 2019년 5월 화학제품 생산공장에서 폭발이 일어나 3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노동계는 LG화학이 원청으로서 화학실험을 의뢰해놓고 영업기밀 뒤에 숨어 어떤 화학물질을 썼는지도 숨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부끄럽지만 (화학물질 정보 공개 제도화가) 정식 공약이 안 된 것을 이번에 알았다”며 “제도화했으면 화학 사고에 선제 대응이 가능했을 수도 있겠다는 반성이 든다.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LG화학과 얘기해봤지만, 무엇 때문에 사고가 났는지 지금도 모른다. 그 사고 이후에도 화학제조업체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서너 번 반복돼 꼭 필요한 정책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2019년 5월 13일 당시 폭발사고가 난 화학제품 생산공장 모습. 폭발과 함께 붙은 불은 10분 만에 진화됐다. ⓒ 제천소방서

 

 

제외된 공약 가운데는 농민 기본소득제도를 검토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도입’이 아니라 ‘검토’가 공약이었지만 이행되지 않았다. 결국 충청북도가 올해부터 ‘농업인 공익수당’으로 농가당 연간 50만 원씩 지급하기로 했다. 충북도와 기초지자체가 4 대 6 비율로 재원을 부담한다. 이 시장은 “농민수당은 장단점이 있어 꼭 좋은 정책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 다만 “(충북도가 추진을 결정했을 때) 제일 먼저 가서 (협의안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정책 적극적, ‘탈시설’은 미흡

“제천에 여러 장애인 보호센터가 있지만, 중증도가 심한 장애인은 잘 안 받아요. 경증 위주로 받아요. 화가 났어요. 왜 그러는지. ‘이 사람들 진짜 사회복지 할 뜻이 없는 것 아냐?’라는 생각도 했어요. 잘못된 생각이죠. 제가 장애인 보호센터를 한다고 해도 그럴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제대로 돌보려면 사회복지사 한 명당 장애인 2.5명을 돌봐야 하고, 중증장애인은 일 대 일로 봐줘야 하는데 그 돈을 누가 줘요. 구조적으로 모순이죠.”

이상천 시장이 설명하는 장애인단기보호센터 설립 이유다. 장애인단기보호센터는 지난해 제천시 청전동에 문을 열었다. 시설 이용 정원은 10명으로, 복지사 10명이 일 대 일로 돌본다. 이 공약은 애초 제천시가 먼저 나서 국비 도움 없이 전액 시비로 조성하려 했다. 추진 과정에서 국비 2억 원을 지원받았고 시비를 중심으로 모두 10억 원이 투입됐다. 

 

이 시장은 장애인 복지 분야 성과에 대해서는 ‘의회에서도 노터치’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시장이 관심을 가지고 아끼는 사업이라는 뜻이다. 이 시장은 정부 지원이나 의회 지적 없이 “시장이 먼저 치고 나가는 건 그래도 잘하는 것 같다”고 스스로 평가했다. 하지만 시설 거주 장애인의 자립 지원(탈시설) 공약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비판에는 임기 초기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고 설명했다. 이 시장은 장애인 4명이 함께 살 ‘공동생활가정’ 공동주택 한 곳을 올해 안에 설치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제천시내 9개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 230여 명과 비교해 지원하는 규모가 작고, 이마저도 장애인이 자기 소유의 집에서 사생활을 누리는 온전한 의미의 탈시설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사회복지 분야가 공부해보면 무지 어렵고 복잡하다”며 웬만큼 사회복지학을 공부한 자신도 “자립 지원정책에 대한 개념이 없었을 뿐, 관심이 부족했던 건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탈시설도 앞으로 챙겨야 할 사업이라 생각한다. 시에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장애인단기보호센터에서 장애인은 짧게는 몇 시간 머물거나, 길게는 6개월까지 거주할 수 있다. 센터는 일상생활 훈련, 재활도 지원한다. ⓒ 제천시

 

청년 지원으로 인구정책 완성

“신문을 봤어요. 헝가리 정부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4천만 원을 출산 가정에 주는데 출산율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난다는 거예요. 제천시에서 아이를 낳으면 지원해주는 것들이 이것저것 엄청 많은데, 연간 40억 원 돼요. 그걸 폐지하고 통합해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지원정책을 하려니 연간 75억 원 정도 필요한 거예요. 30억 원만 더 있으면 되겠다 싶어서 이 사업을 시작했어요.”

이상천 시장은 파격적인 혜택을 담은 출산장려 공약을 이행하고 있다. ‘3쾌한 주택자금 지원사업’이다. 신생아 출생일로부터 1년 이상 제천에 거주한 사람이 셋째까지 낳으면, 주택자금으로 모두 5,15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지난 2020년 말 ‘주택 및 출산자금 지원 조례’가 마련됐다. 이 시장은 “3쾌한 사업을 시행할 때 보건복지부에서 압력을 행사했다”고 털어놨다. 큰 금액을 지원하다 보니 다른 지자체와 형평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는 “3쾌한 사업을 막을 게 아니라 오히려 정부에서 시행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런데 이 정책이 ‘내가 돈을 받기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출산 의지를 높이는 데까지는 연결되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제가 다음 선거에서 중점적으로 제시할 공약이 청년 대책이에요. 청년들한테 연간 300만 원 정도 주거비를 주는 거예요. 그리고 창업 보증 제도도 하려고 해요. 시에서 5천만 원 정도 대출을 보증해주는 거죠.”

이 시장은 현재 공약을 보완해 정책효과를 높이겠다며 재선 출마 의지를 내보였다. 특히 실질적인 인구 증가나 유지를 위해 청년층을 지역사회에 붙잡아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세명대와 대원대 졸업생들이 제천에 정착하면 정착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다만 무임승차할 학생들이 많을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착 지원금과 관계없이 어차피 지역사회에 머무를 졸업생도 있을 텐데, 이들에게까지 재정이 불필요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시내 주변부에 흩어져 있는 여러 장애인 복지시설과 관련 단체를 한곳으로 모아 장애인 복합센터를 만들겠다고 했다. 사회와 동떨어진 곳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시내 가까이 위치를 잡을 계획이다. 그는 “예산이 조금 들어가긴 하겠지만, 많은 금액은 아닐 것”이라며 “수영장이나 사회인 야구장 하나 짓는 100억 원 정도면 장애인 삶의 질을 높이는 총괄센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제조업체 화학물질 정보 공개 제도화에 대해서도 “시장이 할 수 있는 정책이라면, 다시 검토해서 다음 선거 때 다시 공약하겠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단비뉴스> 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김주원 박성동 임효진 기자 wndnjs0929@hanmail.net 이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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