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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주시역사박물관, 특별전시회 「虎」 개최
    ▲ 원주시역사박물관 '호' 전시회 포스터(사진=원주시제공)        <중부저널 석의환기자> 강원도 원주시역사박물관이 임인(壬寅)년 검은 호랑이해를 맞이해 오는 1월 25일부터 3월 27일까지 특별전시 「虎」를 개최한다. 역사박물관에서 수집한 유물 중 호랑이의 상징성을 재조명할 수 있는 청동 호랑이 무늬 거울, 산신도, 석호(石虎), 호랑이를 타고 있는 인형, 민화 등 유물 30여 점을 기획전시 공간에 전시한다.      원주의 대표적 설화(說話) 중 하나인 ‘황무진과 호랑이’를 그림으로 그려 원주역사 그림 공모전에서 수상한 그림 5점과 시에서 제작한 ‘황효자와 호랑이’ 만화도 함께 전시한다. 또한, 뱅골호랑이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AR 호랑이 체험, 민화 속 호랑이 색칠하기, 호랑이 달력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학예연구사에게 직접 해설을 들을 수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 ‘호랑이 달력 만들기’ 프로그램은 역사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시 관계자는 “다양한 유물과 프로그램이 준비된 이번 특별전시에 많은 분이 오셔서 호랑이의 용맹한 기운을 받아 가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문의: 원주시역사박물관 학예연구팀(033-737-4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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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17
  • [특집] 앞서간다, 2022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3)
      ▲ 제7회전국지방동시선거(시군구별투표율현황)   지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제천·단양의 선거구별 투표 현황과 정당별 득표현황을 분석하여 2회(1회는 지방의원선거, 2회는 지자체장선거)에 걸쳐 기사를 쓴다. 그 첫 번째로 지방의원선거에 대한 선거구별 투표현황과 각 정당별 득표(정당후보합계) 현황이다. 각 후보 개개인의 역량이 소속 정당보다는 선택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방의원선거이지만 일부 후보만의 정보로 인해 다른 예비후보자들이 느낄 수 있는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정당별 합계로 득표현황을 분석했음을 알려 드린다. ▣ 제천시 선거구별 투표현황 선거구 읍면동 의원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현황 선거인수 투표수 투표율(%) 가선거구 봉양읍, 백운면, 송학면 2 13,924 8,638 62.0% 나선거구 의림지동, 청전동 2 23,109 14,612 63.2% 다선거구 중앙동, 영서동, 용두동 2 27,016 16,324 60.4% 라선거구 금성면, 청풍면, 수산면, 덕산면, 한수면, 화산동 2 20,730 12,655 61.0% 마선거구 교동, 남현동, 신백동 3 29,734 18,055 60.7% 계 11 114,513 70,284 61.4%     ▣ 단양군 선거구별 투표현황 선거구 읍면동 의원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현황 선거인수 투표수 투표율(%) 가선거구 단양읍, 단성면, 대강면, 적성면 2 14,669 10,679 72.8% 나선거구 매포읍, 가곡면, 영춘면, 어상천면 2 12,127 8,395 69.2% 계 4 26,796 19,074 71.2%     ▣ 제천시 선거구별 정당별 득표현황 구 분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무소속 계 가선거구 3,608 4,660     8,268 나선거구 8,007 5,825     13,832 다선거구 7,088 4,756 1,839 1,889 15,572 라선거구 6,077 3,278 1,193 1,561 12,109 마선거구 8,687 6,150   2,522 17,359 계 33,467 24,669 3,032 5,972 67,140           ▣ 단양군 선거구별 정당별 득표현황 구 분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무소속 계 가선거구 4,417 4,559   1,297 10,273 나선거구 2,886 2,769   2,366 8,021 계 7,303 7,328 0 3,663 18,294         * 중부저널에서는 각 정당의 공천이전에 미리 예상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짐으로서 누구에게나 공정한 지방선거가 될 수 있도록 ‘2022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있습니다. 많은 예비입후보예정자들의 정보 제공을 바랍니다.     ▣ 예비 입후보 예정자 정보 제공 내용 1. 성명(사진) 2. 출생년도 3. 경력(전, 현) 4. 출마관련(시장 또는 의원선거, 선거구) 5. 소속당 6. 공약 또는 지역 발전을 위한 의견제시   제공방식 : 이메일 또는 직접 방문    이메일 : 김서윤 기자 onion4582@naver.com              석의환 기자 doll4011@naver.com 방문처 : 아르떼 (충북 제천시 내제로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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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01-06
  • 내토전통시장에서 “볼륨을 높여요”
    지난달 26일 오후 2시, 충북 제천시 중앙로 내토전통시장 스피커로 DJ 멘트가 울려 퍼졌다. ‘시장통방송국’ 부스는 시장 안 빨간 어묵 가게 대각선에 있는 생선 가게 2층에 있다. 매주 금요일 코너 “해피내토시장으로 가요”의 진행자인 정근옥(47) 씨는 차분한 목소리로 오프닝 멘트를 했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은 투명한 유리로 된 라디오 부스를 쳐다봤다. 근옥 씨는 손님들의 눈을 바라보며 “좋은 물건들이 다 공짜일 수는 없겠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많이 구입해주시라”고 말했다. 곧이어 트로트 노래 ‘청춘아 인생아’를 틀었다.       ▲ 10월 26일 제천 내토전통시장 시장통방송국 부스에서 금요일 진행자 정근옥 씨가 실시간 공연으로 영화 <쎄시봉>에 나온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이크’를 부르고 있다. ⓒ 최은솔   9년째 운영되는 시장 라디오 내토시장 시장통방송국은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평일 한 시간씩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이다. 정식으로 허가받은 라디오 방송은 아니라서, 시장에 설치된 스피커로만 들을 수 있다. 2013년 11월 골목형시장 육성사업의 하나로 만들어졌고, 현재는 제천문화재단에서 이 사업을 주관한다. 문화재단은 진행자를 뽑아 교육하고, 프로그램 제작도 돕는다. 진행자는 요일별로 한 명씩, 모두 다섯 명이다. 한 달에 한 번은 진행자 다섯 명이 모두 모여 개선사항을 논의한다.    일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처럼 작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프로그램 내용은 진행자가 직접 구성한다. 대체로 시장상인과 이용객들에게 유용한 생활상식과 상인들 사연으로 채워진다. 진행자는 방송에 쓸 사연을 받으러 직접 내토시장 상인들에게 설문지를 돌리기도 한다. 근옥 씨는 화재 예방에 필요한 안전 수칙을 전달하려고 직접 소방서 홍보팀을 섭외했고,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경찰관을 초대했다. 조만간 한의사도 섭외해, 건강 상식을 전달할 계획이다.    올해 9월까지는 진행자마다 독특한 설정이 없었다. 그동안은 진행자가 알아서 내용을 짜도록 맡겨뒀다. 제천문화재 단은 9월부터 진행자별로 각자 방송에서 특성을 갖도록 요구했다. 예를 들어, 60분 가운데 15분 정도는 팝 음악만 소개한다든지, 70~80년대 흘러간 음악만 트는 식으로 특징을 만들라는 것이었다. 근옥 씨는 ‘통기타 라이브 콘서트’로 차별화했다.        ▲ 내토전통시장 첫 번째 교차로의 강원수산 2층에 있는 시장통방송국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이날 방송 중에도 몇몇 이용객들은 음식이 나오는 걸 기다리면서 라디오 부스를 쳐다보았다. ⓒ 최은솔   족발에 커피 선물하는 팬도 생겨 노래가 나올 동안 진행자 근옥 씨는 능숙하게 음향장비를 조정한 뒤 대본을 미리 읽었다. 근옥 씨가 직접 쓴 원고는 A4 용지로 4페이지 분량이었다. 빼곡하게 오늘의 노래목록과 DJ 멘트가 적혀 있었다. 총 방송시간은 60분이다. 절반은 노래로 채우고, 나머지는 DJ 멘트와 근옥 씨의 라이브 공연으로 채운다. 노래는 4회차로 나누어 한 회차에 2~3곡씩 연달아 튼다.    근옥 씨는 금요일 방송 원고를 매주 목요일 밤에 완성한다. 틈날 때마다 상인들에게 유용한 생활상식이나 문구를 모은다. 이날 방송에서 소개한 내용은 ‘단백질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여섯 가지 신호’ 같은 건강상식이었다. 내토시장에서 열리는 행사 소식도 빠지지 않는다. 그날 열리고 있던 국화 전시회와 10월 음악회 일정을 전달했다.        ▲ 정근옥 씨는 노래 교실에서는 노래를 가르치고, 악기 학원에서는 기타를 가르친다. 그는 본인 이름으로 된 음반도 출시한 ‘통기타 가수’다. 이따금 그를 알아본 수강생들은 상인회 사무실에 음식 선물을 놓고 간다. ⓒ 최은솔   노래목록에는 고정된 틀이 있다. 상인들이 좋아하는 인기 트로트 1~2곡에 시장을 이용하는 젊은 층을 겨냥한 최신곡도 가미한다. 이날 틀어준 이무진의 ‘신호등’이나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같은 노래다. 7대 3 비율로 트로트를 좀 더 많이 튼다. 근옥 씨는 “(라디오 부스 대각선에 있는) 빨간어묵 집을 찾아오는 젊은이들이 최신 노래를 틀면 신기해하면서 저를 쳐다보더라고요”라며 “재래시장에서도 아는 노래가 나오니까 시장을 시장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방송시간이 절반 정도 지난 2시 30분쯤, 근옥 씨는 직접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라이브 공연을 시작했다. 서정적인 반주와 함께 시작한 유심초의 ‘사랑이여’를 첫 곡으로 영화 <쎄시봉>에도 나온 트윈폴리오의 ‘웨딩케이크’를 불렀다. 이날 공연은 김광석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까지 1980~90년대에 유행했던 포크 음악으로 채워졌다. 근옥 씨는 신청곡도 받는다. 그는 “사연이 있는 곡이나 좋아하는 곡들을 신청해주시면 부족하지만 제 목소리로 전달해드리니 꼭 신청해달라”고 말했다.   근옥 씨에게는 팬도 있다. 기억에 남은 방송을 묻자 근옥 씨는 지나가던 손님에게 족발과 요구르트를 선물받은 날을 꼽았다. 제천시에서 여는 노래교실에 오는 60~70대 수강생들이 강사로 활동하는 근옥 씨에게 선물한 것이다. 또 다른 수강생은 커피와 과일도 놓고 갔다. 근옥 씨는 “우리 강사 방송한다고 손 흔들어주고 음식 놓고 가시는데, 이럴 때마다 시장에 정이 있는 건 맞구나 싶죠”라고 말했다.   내토시장에서 38년째 ‘금산고려인삼사’를 운영하는 서경혜(62) 씨는 “시장 소식도 들려주고 지인들이 하는 노래나 연주를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애청자인 서 씨는 라디오가 시장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고 했다. 서 씨는 “외부에서 온 손님들이 라디오 방송을 보고 신기한지 사진도 찍고, 노래도 신청한다”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들 방송 참여 늘리는 건 과제 시장 라디오가 조금 더 활성화하려면 상인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아직 상인들의 참여는 노래자랑 시간 외에는 활발하지 않다. 라디오가 방송되는 2시~3시는 손님이 가장 많은 시간대다. 장사하기 바쁜 상인들에게 라디오 프로그램 참여는 쉽지 않다. 김정문 내토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상인들은 내 장사를 해야 하는데 매출이 걸려있으니 직접 (라디오에) 참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 김정문 내토전통시장 상인회장은 지속가능한 시장 라디오가 되려면, 상인들과 일반 제천 시민들과의 접점이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 최은솔   라디오 방송이 장사에 방해가 안 되려면 음량 조절도 중요하다. 라디오 진행자 정근옥 씨는 “장사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음량을 적절히 조절한다”라며 “노래를 선곡할 때도 너무 신나는 노래보다 잔잔한 7080 포크 음악 위주로 선택한다”라고 말했다.    제천문화재단은 내토시장라디오를 경기도 양평군의 '양평물맑은시장'과 광주광역시의 '양동시장' 라디오처럼 활성화할 방안을 고민 중이다. 두 시장의 라디오는 전문진행자를 두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며, 상인의 참여가 활발히 이뤄진다. 문화재단의 천석용 주임은 “시장을 활성화하는 게 시장 라디오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시장상인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실 수 있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장 상인이나 이용객들이 라디오방송을 더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김정문 회장은 1층에 이동 부스를 만들어서 고객들에게 경품을 나눠주고 고객의 사연을 받는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다가가는 방안도 있다. 김 회장은 “제천에 있는 청년과 학생들이 시장 라디오 방송과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단비뉴스> 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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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1-17
  • ‘뜬장’에서 죽어가도 동물학대 아니다?
    사육장에 다가서자 개 수십 마리가 절규하듯 짖어댔다. 사육장 주변에 비닐하우스 잔해 같은 폐기물과 폐타이어 등이 나뒹굴었다. 개들은 마실 물과 먹을 것 없이 방치돼 있었다. 개 주인이나 관리자는 현장에서 몇 시간이 지나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 10일 단비뉴스가 확인한 제천시 봉양읍의 한 개 사육장은 최근 공개된 다큐멘터리 영화 ‘누렁이’를 통해서도 잘 알려진 식용 ‘개농장’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발견한 개 22마리 가운데 경비견으로 보이는 6마리를 빼면 모두 땅을 밟을 수 없는 이른바 ‘뜬장’에 갇혀 있었다. 뜬장은 배설물이 철장 바닥으로 빠지게 돼 있는데, 오물을 제때 치우지 않아 구더기가 끓었다.         ▲ 생후 몇 개월 안 돼 보이는 강아지가 사람을 보자 울부짖었다. 뜬장 밑에는 쌓인 오물을 제때 치워주지 않아 구더기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최소 두 마리는 뜬장 안에서마저 목줄이 채워져 움직일 수 없는 모습이었다. ⓒ 박성동   바닥에 나무판자를 깐 뜬장도 다섯 개가 보였지만 제때 관리해주지 않아 분변이 널브러져 개들이 눕지 못했다. 가장 좁은 철장은 머리를 돌릴 수조차 없어, 개가 앉았다 서기만 할 뿐 제대로 쉬지 못했다.   제천시 "동물학대 확인 못 했다" 제천시는 지난 3일, 개 사육장에서 동물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하지만 신고를 받고 주말을 보낸 뒤 사흘 만에야 현장을 확인하고, 새끼 두 마리를 포함한 네 마리만 긴급격리해 제천시 동물보호센터로 보냈다. 진료결과 4마리 모두 불결한 환경에 놓인 탓에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고, 이 가운데 한 마리는 장기손상까지 확인됐다. 다른 개들도 상태가 나빴지만 개 주인이 소유권을 강하게 주장해 격리하지 못했다. 개 주인은 이 사육장이 육견을 기르는 개농장이 아니고, 개들은 멧돼지 몰이용 사냥개라고 말했다. 구호가 필요한 동물을 보호센터로 보내려면 주인이 자발적으로 소유권포기각서를 작성해야 한다.   개 한 마리가 우리 안에서 죽어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다는 신고내용도 있었지만, 제천시가 출동했을 때는 사체가 이미 치워져, 사망 원인을 조사할 수 없었다. 제천시 관계자는 "사료를 일부러 주지 않아 개를 고의로 죽였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동물 학대로 볼 수 있다"며 "소유주의 사료 구입 이력부터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10일 사육장에 있던 사료 포대 안에는 사료가 몇 알만 굴러다녔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올라갔지만 대부분 물그릇에 물이 없었다. 있어도 녹조가 끼고 개털이 섞여 있어, 개들이 입을 대지 않았다. 물을 담아둔 대형 대야에도 이물질이 섞인 듯 까맣게 변한 물이 가득했다. 갈비뼈가 드러난 개들은 앙상한 다리가 몸을 겨우 받친 것처럼 보였다. 기력이 완전히 빠진 듯 수 시간째 별 움직임이 없는 개도 있었다.         ▲ 경비용으로 보이는 여섯 마리는 뜬장 신세는 피했지만 역시 갈비뼈가 드러날 정도로 말랐다. 탈진한 듯한 개는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지 않았다. ⓒ 박성동   제천시는 결국 이 사육장에서 처벌이 가능한 동물 학대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6개월 전에도 같은 신고가 접수됐지만, 현장을 방문한 담당자는 특이사항이 없다며 계도만 하고 돌아갔다. 3년 전 이 마을주민이 된 김진식 씨는 “내가 이사 왔을 때부터 이런 상태였다. 악취도 너무 심하다. 신고도 이미 여러 번 들어간 걸로 아는데 왜 개선이 안 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해외 주요국, 고의성 없는 ‘방임’도 동물학대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하는 그 자체만으로는 동물 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처를 입히거나 잔혹하게 죽이는 등 직접적인 가해가 아니라 방임이 동물 학대로 이어지려면 제천시 설명대로 일부러 사료를 끊는 등 고의성이 입증돼야 한다. 사육장 주인 A 씨도 일부러 개를 학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멧돼지를 잡아 지자체로부터 포상금을 받는 A 씨는 “예닐곱 마리로 구성된 멧돼지 몰이견 한 조가 천만 원이다. 얼마나 비싼데 학대하겠냐”며 지난주에 우리 안에서 죽은 개도 수렵 중 상처를 입은 뒤 회복하지 못해 숨을 거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육장 바닥에 앞니와 송곳니, 앞어금니 등 개의 치아구조를 한 턱뼈와 갈비뼈, 다리뼈가 여러 점 발견됐지만 “사냥개들에게 고라니를 잡아 먹였을 뿐, 사육장에서 도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의 발이 빠지는 뜬장에서 사육하거나, 사육장 가로와 세로 길이가 동물 몸길이의 두 배를 넘지 않으면 동물 학대로 보는 규정이 불과 3년 전 추가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육견 등 가축이 아닌 ‘반려동물’에 한해 적용된다. 제천시는 사냥개도 반려견으로 볼 수 있느냐고 농림축산식품부에 전화로 문의했지만, 확실한 판단을 받지 못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7월 발간한 연구 결과를 보면 해외 주요국들은 고의성이 없더라도 음식과 물을 제때 제공하지 않거나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사육환경을 방치하면 ‘동물방임죄’로 보고 소유자나 관리자를 처벌한다.    독일의 경우 개를 묶어 기르더라도 줄 길이가 6미터를 넘어야 하고, 출산이 가까워진 개나 1년 미만의 새끼는 묶어두기를 금지한다. 과실로라도 이런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 최대 2만 5천 유로(원화 3천여만 원)를 부과한다. 독일은 관리나 보호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방임을 유기의 연장선으로 보고 강하게 제재한다. 미국은 하루 중 개를 묶어둘 수 있는 최대시간과 물과 먹을 것을 새로 제공해야 하는 주기를 주마다 세부적으로 정해 이를 어기면 경범죄로 처벌한다. 횟수와 정도, 방임한 동물의 수에 따라 형량도 가중된다. 웨스트버지니아주 등은 방임이 심각한 수준이라면 소유권을 박탈하는 곳도 있다. 스위스와 영국, 호주 등 서구권은 물론 싱가포르나 타이완 등 아시아 국가에서도 세세한 동물방임 금지규정을 두고 있다.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 7월 내놓은 보고서. 이 단체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도 동물방임을 금지하고, 반려나 사업용 등 사육목적을 구분해 학대 기준을 차등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하라고 제언했다. ⓒ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사람 생명이라 생각하면 판단 쉬워" 우리 동물보호법도 시행규칙에서 “부득이한 사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혹서·혹한 등의 환경에 방치하여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규정해 방임을 처벌할 근거가 있다. 하지만 ‘부득이한 사유’가 뭔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실제로는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는다. 동물권단체 케어 김보영 활동가는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돼도 담당자 성향에 따라 ‘부득이한 사유’를 굉장히 폭넓게 해석하기도 한다”며 “‘사느라 바빠서 못 챙겼다. 개를 매일 지켜볼 수는 없지 않냐’고 하면 수긍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경찰도 출동을 머뭇거리고, 현장에 나가보더라도 입건 없이 사건을 일선에서 마무리해 법원 판단은 받아볼 기회도 없다는 거다.   김 활동가는 "(고의성이 없더라도) 방임은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동물보호법 취지는 생명을 지키자는 것"이라며 "사람을 불결한 곳에 가두고 식사를 한 끼라도 끊으면 당연히 학대다. 동물도 같은 생명이라고 생각하면 동물 학대인지 판단이 쉽다"고 말했다. 해당 사육장 실태는 지역주민이 SNS에 게시글을 올리면서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권 단체와 지역사회에 알려졌다. 덕분에 한 주민은 자발적으로 개들에게 물과 사료를 제공하고 있고, 댓글을 통해 다른 지역민들도 ‘조만간 간식을 챙겨서 가 보겠다’거나 ‘환경부터 개선해주면 좋겠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역 여론에 영향을 받은 제천시도 세 마리를 더 제천 동물보호센터로 옮기기로 했다.         ▲ SNS를 통해서 개 사육장이 알려지면서 한 주민이 자발적으로 사료와 물을 제공했다. ⓒ 박성동   하지만 과제는 여전히 남는다. 제천시 동물보호센터는 이번에 세 마리를 수용할 자리를 만들기 위해 13일 그만큼 안락사를 진행했다. 보호센터에는 대형견을 수용할 수 있는 케이지가 단 8개밖에 없다. 이마저도 두 자리 정도는 항상 비워둬야 한다. 동물을 수용한 지 10일이 지나지 않으면 안락사나 입양을 할 수 없어, 급히 동물을 또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개들에게는 보호센터로 구조되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뜬장 같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개들이 보호소로 밀려들고 안락사가 반복되지 않게 적정한 사육관리부터 이뤄지도록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박성동 강주영 기자)     이 기사는 <단비뉴스> 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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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0-07
  • 수려한 제천 산들의 수난시대
    ‘자연치유도시’를 표방하는 충북 제천시는 매년 관광객만 수백만 명이 방문한다. 제천은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 도시로서 특히 의림지, 박달재, 월악산 등 ‘제천 10경’이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무리하게 산을 깎아 택지를 조성해 집을 짓거나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등 지역 곳곳에서 난개발이 성행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제천시 난개발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단비뉴스> 취재팀은 지난 4월 21일부터 약 한 달여에 걸쳐 제천시 곳곳을 다니며 취재했다.    “요즘 저렇게 산 깎아낸 곳이 많아. 볼 때마다 안타깝지. 제천의 자랑 중 하나가 좋은 경관인데 솟아 있는 나무를 다 깎아버리니…”       ▲ 5월 5일 제천시 신백동 동중학교 근처 한 마을 입구에 ‘부동산 매매’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박성준   지난 5월 5일 제천시 신백동 동중학교 인근에서 만난 이동하(66) 씨는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동중학교에서 서당골 방향으로 522번 도로를 타고 가다 왼쪽 마을 입구에 들어서자 ‘부동산 매매’라고 적힌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좁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수천 그루 나무는 온데간데없고 9900여㎡(3000평) 크기 부지가 조성돼 있었다. 가장자리 비탈진 곳에는 베어낸 나무와 쓰레기 등 폐기물이 나뒹굴었다.       ▲ 1년 넘도록 공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방치된 산지. ⓒ 박성준   약 3년 전 주차장 용도로 산지전용 허가가 났지만 공사비 문제 등으로 1년 넘게 공사가 중단됐다. 이곳 마을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살고 있다는 김육한(59) 씨는 “평생 같이 자라온 산을 깎아내는 거 보면 마음이 안 좋다”며 한숨을 쉬었다.  “(개발 관련해) 주민들 다 불만이 있습니다. 나무 깎아 놓고 저대로 내버려 두니 평소에는 먼지 날리고 비 오면 집 안까지 흙이 쓸려내려 옵니다. 작년 장마 땐 흙이 보일러실까지 밀려 들어와 아직도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어요.”   허울뿐인 국토계획법, 관리 안 되는 ‘관리지역’ 정부는 2003년 비도시지역 난개발 문제가 심각해지자 국토이용계획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개편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은 난개발 원인이 된 준도시지역과 준농림지역을 ‘관리지역’으로 통합했다. 비도시지역의 소규모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관리지역은 난개발의 온상지가 됐다.   국토계획법은 토지를 용도에 따라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나눈다. 용도 지역은 건폐율과 용적률, 건축물의 종류 등에서 차이가 있다. 도시지역은 주거·상업·공업·녹지지역으로, 관리지역은 보전관리·생산관리·계획관리 지역으로 구분한다. 관리지역은 명확한 목적을 갖는 도시지역·농림지역·자연환경보전지역 간의 완충지역인데 보전을 목적으로 하면서도 개발의 목적도 가진 중간 성격의 용도 지역이다.   관리지역으로 지정된 경우 지역에 따라 필요한 보전조처를 하거나 개발이 필요한 지역에는 계획적인 이용과 개발을 도모해야 한다. 관리지역 중에서도 계획관리지역은 개발을 염두에 둔 지역이다. 계획관리지역은 도시지역으로 편입이 예상되는 지역이나 자연환경을 고려하여 제한적 이용∙개발을 하려는 지역으로서 계획적∙체계적 관리가 필요한 지역을 말한다.    계획관리지역의 건폐율은 40%로 보전·생산관리지역의 2배이고, 용적률도 100% 이하로 60~80% 이하인 보전관리·생산관리지역보다 관대하다.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를 통해 정하는 건축물 제한에서도 계획관리지역은 보전·생산관리지역과 달리 네거티브 방식으로 규제하고 있다. 네거티브 방식 규제는 ‘건축할 수 없는 건축물’을 빼고 모두 지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계획관리지역은 난개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2018년 국토연구원이 발행한 ‘국토정책 브리프’는 토지이용 관리체계의 문제점으로 비도시지역에 관한 공간관리 계획이 부족하고, 개발과 보전의 원칙이 불분명하며, 비도시지역 관리의 권한과 책임이 분산돼 있다고 지적했다. 비도시지역은 농업진흥지역이나 보전산지가 아니면 개발행위허가를 우선 적용하여 난개발의 원인이 된다.   ‘브리프’에 따르면 1993년 이전까지 비도시지역에서 개발 가능한 용도지역은 전체 국토면적의 1.7%에 불과했지만, 1994년 준농림지역(26.8%)이 과다 지정된 뒤 2015년에는 관리지역이 25%에 이르렀다. 개발행위허가는 매년 증가했으며, 81.6%가 관리지역에서 일어났다. ‘2015 제천도시관리계획’에 따르면 제천시의 관리지역은 전체면적의 32.5%에 이른다. 계획관리지역은 11.4%다.       ▲ 고명동 산 55-15 인근의 과거(왼쪽)와 현재(오른쪽). 과거에는 나무로 우거진 숲이었지만 개발 중인 지금은 숲이 거의 사라졌다. ⓒ 카카오맵, 네이버지도   산 깎아 개발 시작, 속도는 지지부진  단양로와 맞닿아 있는 제천시 고명동 산 55-15 근처는 계획관리지역에 속하는 임야 지역이다. 단양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산을 깎은 상태로 방치된 현장을 볼 수 있다. 중장비를 세워두는 주기장과 창고를 건설하겠다며 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했지만, 현재는 중단했다. 나무가 있던 자리에 포크레인과 같은 중장비와 건축 폐기물이 있다. 지난 17일 취재팀 전화 인터뷰에서 제천시청 관계자는 “주기장이랑 창고로 허가를 받은 곳이지만 코로나19 이후 자금이 모자라 공사가 멈춰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제천시 고명동 산 55-15 인근 지역은 창고와 주기장 건축을 목적으로 허가가 났다. 코로나19 이전에 허가가 났지만, 공사는 중단 상태이고 건축 폐기물 등이 현장에 방치돼 있다. ⓒ 김현주   세명대 정문 근처 세명공원 뒤편도 임야지역을 깎아 주택을 짓기 위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 지역도 계획관리지역이지만 2년 전 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했다. 지자체는 임야지역의 경사도, 수목밀집도 등을 따져 허가를 내준다. 세명공원 뒤편은 경사도가 15~20도 정도이고 산사태정보도 3∙4등급 정도라 기준에 따라 개발허가가 났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폭우 때 공사장 흙이 떠내려와 세명공원 일대를 뒤덮었다. 이 지역은 세명대 한의과대학 건물과 마주보고 있다. 한의과대학 본과 1학년 김한영 씨는 “다른 학생들과 공사 현장을 보면서 민둥산이라고 말한다”며 “보기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 세명공원 뒤편 개발 지역에서 세명대를 바라본 모습. 왼쪽 회색 건물이 세명대 한의과대학이다(위). 아래는 세명대 정문 인근을 개발하는 모습을 세명대에서 바라본 모습이다. 주변 우거진 산과 대비돼 민둥산이 눈에 띈다. ⓒ 김현주   한 번 훼손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산림   한번 파헤친 산은 복구가 어렵다. 제천시 대랑동 276 일대는 산림청이 태양광 난개발에 제동을 걸기 전에 개발됐다. 이곳에는 태양광 패널이 6만5000㎡에 걸쳐 설치돼 있다. 2017년 태양광 설치 목적으로 개발행위허가를 받았고 2018년에 공사를 마쳤다. 산의 나무를 깎고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 제천시 대랑동 276 일대 2012년 위성사진(왼쪽). 2017년에는 산에 있는 나무를 거의 다 잘라내 휑한 모습으로 변했다(오른쪽). © 카카오맵       ▲ 2021년 현재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다. © 카카오맵   산림청은 2018년 12월 산지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보전산지 태양광 시설 설치를 금지했다. 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벌목과 같은 산림 훼손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보전산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할 수 있었다. 현행 산지관리법은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를 위한 산지전용은 허용하지만, 태양에너지 설비만은 예외로 두고 있다. 그러나 이미 개발된 산지는 복구할 수 없다.   제천시 대랑동 276은 잡종지로 분류돼 있다. 태양광 패널 설치 전까지 이 지역의 절반이 넘는 면적(3만9000㎡)은 임업용산지에 해당하는 보전산지였다. 2019년 6월 제천시는 ‘산지관리법’ 제6조에 따라 다른 용도로 전용된 보전산지에 관해 보전산지 지정을 해제한다고 고시했다. 이에 따라 이 구역은 임업용산지에서 준보전산지가 됐다. 준보전산지는 보전산지 외의 산지로,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산지전용에 관한 행위제한을 비교적 적게 받아, 주택이나 공장 등 개발용도로 이용할 수 있다. 국토계획법에 따르면 계획관리지역에 해당한다.   제천시 봉양읍 미당리 산70은 원래 하나의 산이었으나 택지분할로 10개로 쪼개졌다. 이 중 5곳(산70-2, 3, 7, 8, 10)은 산에 있던 나무를 모두 밀어버렸다. 작년에 봉양읍 미당리 산70-1은 주택 허가를 새로 받아 이곳의 나무들도 곧 없어질 가능성이 크다. 제천시 도시관리계획에 따르면 이곳도 계획관리지역이다.    봉양읍 미당리 산70-3과 70-10은 아직 허가가 나지 않았는데도 개발을 한 상태다. 불법 행위는 제천 인근 마을 주민이 민원 신고를 하면서 드러났다. 지난 18일 취재팀의 전화인터뷰에서 제천시청 담당자는 “우선 구두로 개발을 하지 말라고 전했다”며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제천시 봉양읍 미당리 산70 일대. 노란별과 초록별 지역은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곳이고, 빨간별 지역은 개발행위허가 없이 파헤친 곳이다. © 카카오맵   빼어난 경치 훼손에 지역 주민은 ‘속앓이’  ‘알미부락’이라고 불리는 두학동 5통 일대는 기존 마을 뒤편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 마을 초입에서부터 산을 깎고 멀쩡한 나무들을 벌목하는 공사가 진행중인 것을 볼 수 있었다. 취재진이 공사 현장으로 가까이 가자 컨테이너로 된 택지 분양 상담실이 있었다. 택지 분양을 홍보하는 현수막도 곳곳에 걸려 있었다.         ▲ 알미부락 인근 개발지역에 자세한 내용의 분양 광고 현수막이 걸려있다. © 김계범   지난 5월 3일 전화인터뷰에서 이 마을에 거주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ㄱ 씨는 “자연이 훼손되고 공기가 좋은데 저렇게 난개발을 막 해가지고 좋지 않다”며 “마을에서도 말이 많은데 동네에 있던 사람이 나가 살면서 개발을 한다고 그러니 심하게 얘기도 못 하고 속앓이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산을 사서 택지 분양을 해 외지인에게 분양하는 것이라며 “경치 좋고 공기 좋은 지역의 산을 깎아서 저렇게 해놓으니 지금 살던 사람만 피해를 본다”고 말했다.    두학동 5통 김용안(65) 통장은 “그 사람들은 분양해서 팔면 그만“이라며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주민들만 본다“고 말했다. 그는 ”수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자연환경도 안 좋아졌다“며 ”마을 뒷산을 파헤쳐서 작년 여름에도 피해가 있었고 그 뒤에 소나무도 굵은 것이 엄청나게 많았는데 다 캐내 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알미부락 지역 전체 군데군데 산마다 다 건드려놨다”며 난개발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18일 전화인터뷰에서 제천시청 담당자는 두학동 1096-4 인근 지역에 관해 “처음에 주기장으로 허가가 들어왔는데 앞에 집들이 많다 보니 차량이 왔다갔다하면 시끄럽고 마을에 피해를 줄 거 같아서 야영장으로 용도변경해서 신청했다”며 “마을에 얼마 전에도 가고 서너 번 가서 주민들과 이야기해 봤는데 반대하는 말씀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해에 따른 피해를 알고 있냐는 질문에 그는 “작년에는 공사하다가 배수를 제대로 안 한 것 같다”며 “이번에는 배수 작업 좀 제대로 해달라고 했고 그래서 밑으로 물이 안 흐르게 둑방을 쌓았다”고 답했다.        ▲ 두학동 5통 인근 마을 주민들은 난개발에 따른 피해와 자연경관 훼손을 우려하고 있다. © 김계범   미흡한 제도, 실효성 없는 ‘경관법’ 환경단체들은 난개발 원인이 미흡한 제도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자체가 너무 쉽게 개발허가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환경안전건강연구소 김정수 소장은 “난개발은 경관과 더불어 산림의 많은 기능을 파괴한다”며 “막을 수 있는 규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난개발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최병성 목사도 18일과 19일 전화 인터뷰에서 중앙정부 차원의 국토이용에 관한 정책이 미비하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자체에만 맡겨 둘 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분명한 지침이 나와야 한다”며 “큰 사업은 도에서 실시하지만 작은 개발들은 지자체에서 진행하다 보니 방치되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최 목사는 “난개발은 전국적인 추세로 서울 집값이 비싸 지방으로 와서 전망 좋은 산을 깎아 개발하는 것”이라며 “제천 역시 둘러봤는데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관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관법은 독자적으로 실행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토지 개발에 규제가 필요할 때 이를 강제하기 위한 수단이 경관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최 목사는 “경관법은 개발법의 하위법이어서 사실상 있으나 마나 한 법”이라며 “경관법 자체에 경관을 보전할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경관법에는 국가 차원의 정책방향 제시와 정부의 선도적 역할이 명시돼 있지 않아 통합적 경관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전화 인터뷰에서 충북환경운동연합 김다솜 활동가는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경관법에 근거해 경관계획을 세우고 있으나 실행력에 한계가 있다”며 “경관법을 포함해 산지개발 경사도에 관한 규정을 강화하는 등 종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 경계에 있는 한 산은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을 채굴하느라 산봉우리까지 깎여 나갔다. 제천∙단양 일대는 석회석 채굴을 위해 산을 훼손해왔지만 최근에는 전망 좋은 택지개발을 위해 산기슭을 마구 깎아내고 있다. ⓒ 박성준         이 기사는 <단비뉴스> 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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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6-18
  • 소고기에서 튀어나온 이물질의 정체는?
     지난 19일 <단비뉴스>는 “제천의 한 대형마트에서 구입한 소고기를 구워 먹다가 기생충으로 의심되는 이물질을 발견했다”는 한 시민의 제보를 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제보를 받은 기성 언론들은 발 빠른 보도를 내놓았다. <충청투데이>는 19일 시민 A씨의 주장을 토대로 대형마트의 반박을 담아 첫 기사를 썼다. 22일에는 통신사인 <뉴스1>이 비슷한 기사를 보도했고, 이를 옮겨 쓴 다른 언론의 보도도 이어졌다. 제천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번졌다. 이들 언론의 보도는 ‘기생충과 흡사한 이물질이 나왔다’는 시민의 주장, ‘이물질에 관한 검사를 의뢰했다’는 대형마트의 주장만 그대로 실었다. 이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밝히려고 노력한 보도는 없었다. <단비뉴스>는 다르게 접근했다. 논란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논란의 실체를 밝혀보려 했다. 우선, 제보자인 시민 A씨와 소고기를 판매한 대형마트의 주장을 각각 들었다. 이후 A씨에게 제공받은 사진을 전문가들에게 보내어 분석을 의뢰했다. 기생충학자 4명, 수의학자 1명, 축산학자 1명 등 모두 6명이 <단비뉴스>의 질문에 답을 보냈다. 대형마트가 조사를 의뢰한 외부 기관의 분석 결과도 취재했다. 제천 시민들 사이에서 상당한 논란과 우려를 일으킨 이물질의 정체에 관한 지난 열흘의 취재 결과를 아래에 보도한다.   지난 14일 오후 3시쯤 충북 제천에 사는 A씨는 어느 대형마트에서 미국산 살치살 600g을 샀다. 포장지에 적힌 유통기한은 5월 21일이었다. 적어도 일주일 이상 신선할 것이라고 약속된 고기였다. 그날 저녁 시민 A씨는 캠핑장에서 그 소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한 덩이의 고기를 구워 가위로 자르는 순간, 고기 단면에서 무엇인가 쑥 튀어나왔다”고 A씨는 당시를 기억했다. 그는 20일 <단비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가늘고 긴 기생충처럼 보이는 이물질이었다”고 말했다. <사진1>은 당시 A씨가 촬영한 것이다. 누구라도 기생충이라 의심할 만한 형태다. 특히 가늘고 원통형인 ‘선충’(roundworm)의 모습을 닮았다.       ▲ <사진1> 소고기 단면에서 삐져나온 가늘고 긴 이물질이 보인다. ⓒ 독자 제   소고기에서 기생충이? 시민 A씨는 곧바로 대형마트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날 밤, 소고기를 판매한 대형마트의 담당 직원이 A씨를 찾아왔다. 그리고는 “이물질의 정체가 무엇인지 성분 검사를 의뢰하겠다”며 문제의 고기를 들고 갔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그 정체가 무엇인지 대형마트는 설명하지 않았고, 답답했던 A씨는 언론에 제보했다. <단비뉴스>는 문제의 사진을 기생충학, 축산학, 수의학 전공 교수들에게 메일로 보내 분석을 부탁했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고기(근육) 부위에서 선충이 발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기생충학자인 서민 단국대 의학과 교수는 “근육이 워낙 치밀한 구조로 돼 있어 유충도 아니고 저런 큰 기생충이 살아가긴 어렵다”고 답했다. 기생충학자인 용태순 연세대 의학과 교수는 "사진에서 보이는 이물질은 벌레 또는 기생충처럼 보이긴 하지만 기존 지식을 기반으로 해서는 기생충인지조차 분명하지 않다"며 "그렇게 생긴 기생충이 소고기 살에서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곽동미 경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고기(근육) 부위에서 선충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답했다. 일반적으로 기생충은 위, 간, 대장 등 동물의 장기에 머물지, 근육 조직에 침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생충학자인 엄기선 충북대 의학과 교수는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엄 교수는 우선 “(사진 속 물질이) 선충류 기생충이라면 표면에서 주름 무늬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큐티클(피부막) 구조를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물질을 45배율로 확대하여 살펴보았어도 그 표면에서 선충류 고유의 무늬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선충류는 긴 원통형 모양의 기생충을 일컫는다. 동물의 장내에 서식하는 장내기생충에는 선충, 흡충, 조충 등이 있는데, 회충, 구충(십이지장충), 고래회충 등 비교적 잘 알려진 기생충들이 선충류에 해당한다. 엄 교수는 “고기에서 저런 형태의 기생충이 나왔다는 보고를 40년간 학계에서 본 적이 없고, 외국 논문에서도 본 일이 없었다”고 답했다.       ▲ <사진2>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선충류(기생충) 표면은 특정한 주름 무늬가 반복된다. ⓒ 엄기선 교수 제공   선충인가, 무구조충인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선충이 아니라면 사진 속 이물질의 정체는 무엇일까. 최정석 충북대 축산학과 교수는 “사진으로 보면 근조직이 발견되는데, (소의) 혈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고기가 수입산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최 교수는 보았다. “한우와 비교해 수입 소고기의 근육이 더 거칠다. 근육 조직도 더 크게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수입 소고기의 혈관이나 힘줄에 열이 가해지면 수축하게 되어 (사진 속의 이물질과 같은) 그런 모양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 <사진3> 이번에 발견된 이물질을 45배 확대해서 찍은 사진. 표면이 매끈하다. ⓒ 세스코 시험검사서 자료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소고기, 즉 소의 근육에서 기생충이 발견될 가능성은 아예 없는 것일까?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된 소고기의 기생충으로 조충류인 ‘무구조충’이 있다.  <사진4>는 소의 근육에 기생하는 무구조충의 애벌레다. 이 애벌레는 지름 1cm 안팎의 투명한 주머니 형태를 보인다. 이 기생충은 육안으로도 발견할 수 있다. 소고기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으면, 애벌레가 죽지 않고 인체에 들어오면서 감염된다. 이번에 발견된 소고기의 이물질이 혹시 무구조충은 아닐까?       ▲ <사진4> 소고기에 있는 무구조충 흰색 애벌레. ⓒ 엄기선 교수 제공 < 사진 5>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소의 근육에 있는 무구조충 애벌레는 타원형이다. 제천 대형마트 소고기의 이물질처럼 길고 매끈한 형태가 아니다. 그렇다면 애벌레가 자라난 성충일 가능성은 없을까?       ▲ <사진5> 무구조충 애벌레를 현미경으로 찍은 사진이다. 타원형 애벌레의 흰색 부분이 두절, 즉 머리 부분이다. ⓒ 엄기선 교수 제공   <사진 6>은 무구조충 성충의 사진이다. 성충은 근육이 아니라 소나 사람의 소화기관에서 자란다. 보통 3~4m 이상의 길이를 갖게 된다. 몸통은 1000~2000개의 마디로 이뤄진 밧줄 모양을 하고 있다. 성충은 소의 장기 밖에서는 서식하지 않는다. 대신 성충의 마디마다 수많은 기생충 알이 들어 있어 소의 배설물과 함께 배출되어 주변을 오염시킨다.       ▲ <사진6> 무구조충 성충을 펼쳐놓은 사진에서 왼쪽 위의 가는 끝 마디가 기생충의 머리 부분(두절)이다. ⓒ 엄기선 교수 제공   따라서 대형마트 소고기의 이물질을 무구조충 성체라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이물질에는 조충류의 특징인 마디 구조(편절)도 없었다. 엄기선 교수는 “(무구조충이)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에는 거의 발생하지 않아 연간 10건 내외가 보고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혹시 다른 종류의 기생충이 도축이나 유통 과정에서 소의 근육을 파고든 것은 아닐까?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그 가능성도 거의 없다. 사육 단계, 즉 소가 살아있는 상태에서 내부 장기에 기생충이 서식할 수는 있겠지만, 도축 이후 죽은 고기의 근육에 외부에 있던 기생충이 침투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안전하게 소고기를 먹으려면?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된 것에는 이유가 있다. 믿고 사 먹는 대형마트의 소고기에 기생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공포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단비뉴스>의 분석과 인터뷰에 응한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소고기에 있는 모든 종류의 기생충은 70°C 이상에서 가열하거나 –20°C 이하에서 5~6시간 냉동 보관하면 죽는다. 또한, 기생충이 사람의 생명이나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우선, 선충에 감염되어도 별다른 증상 없이 살아간다.   이 기생충이 인체 안에 많아져 장기를 막을 정도가 아니면 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무구조충이 인체에 들어가더라도 대부분 별 증상이 없다. 다만 이 기생충이 항문으로 기어 나오기 때문에 심한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드물게 창자 일부가 기생충으로 인해 막혀 통증이 발생할 수는 있다.   그래도 기생충을 품은 고기를 먹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생충이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고기를 발견했다면, 알코올에 보관하거나 그대로 얼려서 기생충학자 등 전문가에게 유전자 검사를 맡기는 편이 좋다. 실물을 현미경으로 검토해서 성충, 유충을 가리고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면 원래 고기에 있던 것인지 외부요인에 의해 오염된 것인지 등을 추적할 수 있다. 이에 기초하여 그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 정확히 따질 수 있다.   전문가 취재를 마무리하던 무렵, <단비뉴스>는 대형마트의 성분 분석 결과도 입수했다. 관련 자료를 보면, 이 대형마트는 시민 A씨가 문제의 이물질을 신고한 날로부터 약 나흘 뒤인 18일에 세스코 이물분석센터에 성분의뢰를 맡겼다.   검사 결과는 사흘 뒤인 21일에 나왔다. 세스코 이물분석센터의 분석 결과를 보면, “‘선형동물’의 특징인 좌우대칭의 몸체 및 큐티클층은 해당 시료에서 관찰되지 않는다. 동물 조직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근조직 형태가 다수 관찰된다”라고 적혀있다. 문제의 이물질에서 ‘선충의 특징’이 발견되지 않으니 기생충으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동물조직의 근조직 형태’가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소고기의 근육 가운데 일부로 보인다고 판정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보름이 넘었지만, 시민 A씨는 대형마트 쪽의 설명과 대처를 온전히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시험성적서를 보고 이물질이 아니라는 결과 자체는 수긍했지만, 마트측에서 말을 번복하는 모습을 보여 아직 미심쩍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서식하는 다양한 기생충의 특징을 유통·판매업자들이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우려하는 소비자에게 빠르고 적절한 설명만 해줬더라도 A씨는 덜 놀라고 덜 분했을 것이다.         이 기사는 <단비뉴스> 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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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30
  • 백로는 왜 제천을 떠났나?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주변을 맴돌던 것이 사라지면 허전하기 마련이다. 제천시 봉양읍의 백로 떼가 그렇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이 지역 개울에서는 갈겨니와 떡붕어 등을 노리는 백로를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서는 백로 떼를 만날 수 없다. 백로가 떠난 것이다.        ▲ 제천시 신동대교 근처 백로 서식지의 위치를 <다음> 지도 위에 표시했다. 둥지가 있는 봉우리에서 먹이 활동하기 좋은 장평천까지는 3면을 빙 둘러가며 250m 정도밖에 안 된다. ⓒ 김정산   봉양읍 일대는 백로가 서식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개울이 굽이굽이 돌아 나가며 물살도 강하지 않아 물고기가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었다. 수심이 낮아 물고기를 잡기도 좋았다. 숲이 울창한 산이 개울 근처에 있어 둥지를 틀고 천적을 피하기에도 좋았다. 백로가 살기에는 그야말로 최적의 환경이었다. 이런 환경을 내버려 두고 백로는 왜, 어디로 떠난 걸까? <단비뉴스> 취재진이 지난 4월 28일부터 5월 25일까지 일주일에 한두 번씩 봉양읍 일대를 답사하고 수소문했다. 답사 중 발견한 백로는 물고기를 노리며 개울물 위에 서있는 세 마리와 개울에서 산으로 날아가는 한 마리뿐이었다. 백로가 제천을 완전히 떠난 것은 아니지만 봉양읍 주민들은 백로의 개체 수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예전에는 여기서 낚시하고 있으면 백로들이 와서 그냥 물고기 다 잡아먹고 쫓아내고 그랬어. 그래서 내가 백로를 좋아하지는 않았지. 근데 요 몇 년 사이에 백로가 안 보여, 내가 미워해서 다 떠난 건 아닐 테고…, 백로가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먹었나?    봉양읍에 20년째 살고 있는 주민 ㄱ 씨는 백로 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그 옆에서 함께 낚시하던 ㄴ 씨도 백로가 과거보다 안 보인다고 말을 보탰다. “나는 여기 사는 사람은 아니지만 낚시하러 몇 년째 오고 있어요. 근데 어느 순간 백로가 안 보이니까 이상하기는 해요. 거참 백로 정말 많았는데.”   인근 오리온 유통지점에서 근무하는 장동훈(50) 씨 또한 백로의 행방을 궁금해했다. “몇 년 전에 신동대교 인근 개울 바닥을 전부 (제천시에서) 긁어버렸다고. 그래서 물이 아주 깨끗해졌어. 너무 깨끗해. 백로가 놀라서 도망간 것 아니야? 근데 이상해. 예전에 똥물일 때는 잘 살다가 지금은 다들 어디로 갔을까?”   둥지 있던 곳에는 죽은 나무들만     ▲ 과거 봉양읍 백로 서식지의 나무들은 배설물 때문에 거의 다 죽어버렸다. 3년 전만 해도 1백여 마리가 둥지를 틀고 서식했으나 지금은 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다. 그 위로 백로 한 마리가 외로이 날고 있다. ⓒ 최은솔   제천시 신동대교에서 가까운 백암소재 건물 북쪽 야산에서 과거의 백로 집단 서식지를 발견했다. 서식지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야생 그대로다. 참나무와 소나무, 밤나무 등이 빼곡하고 서로 뒤엉킨 넝쿨식물은 성인의 허리 높이까지 자라 있다. 산기슭 위로 올라가자 풀에 묻은 백로의 배설물이 보인다. 배설물을 이정표 삼아 산등성이 쪽으로 좀 더 올라가자 새 울음소리가 들린다. 백로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가 내는 울음소리다.       ▲ 백로와 왜가리의 배설물로 뒤덮인 서식지 주변 나뭇잎. 배설물이 묻은 부위는 부식된 모습이다. ⓒ 김정산   산등성이에는 하얀 배설물 흔적이 많다. 뒤덮인 배설물 탓에 인근 풀숲은 꽤 넓게 죽어있다. 땅바닥에는 오래된 새알 껍데기도 눈에 띈다. 고개를 드니 백로와 왜가리가 둥지 위에서 지저귀고 있는데 개체 수는 십여 마리에 불과하다. 백로가 둥지를 튼 나무는 소나무 두 그루와 밤나무 한 그루다.    3년 전 140마리로 준 뒤 계속 줄어     ▲ 2018년 국립생태원 주관으로 진행한 <제천 일대의 조류> 연구보고서에 백로 개체 수가 표로 정리되어 있다. 제천에 있는 백로는 다섯 가지 종인데, 2018년에는 중대백로가 102마리로 가장 많았다. 백로 둥지 수를 근거로 제천 일대 개체 수 변화를 추정해보니 2011년에서 2018년 사이에 약 140마리가 감소했다. ⓒ 미주생태연구원   수백 마리에 이르던 백로는 수십 마리로 줄어들었다. 2010년 8월 16일 <제천신문>은 ‘수백 마리의 백로가 장평천 일대에 되돌아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10년도 안 돼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제천시 자연환경과 윤석중 주무관은 “불과 2년 사이에 그나마 수십 마리 눈에 띄던 백로들이 요즘엔 거의 보이지 않는다”며 “번식지를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통계상으로 제천 일대 백로 개체 수는 2018년 이전부터 감소해왔다. 2011년에서 2018년 사이에만 140마리쯤 감소했다. 2018년 국립생태원 주관으로 작성한 <제천 일대의 조류> 보고서에는 백로 개체 수가 총 179마리로 집계됐다. 종별로는 중대백로 102마리, 중백로 1마리, 쇠백로 5마리, 황로 19마리, 왜가리 52마리로 분류됐다.   반면, 2011년 환경과학연구원 조사에서는 둥지 수만 83개가 집계됐다. 보통 둥지 하나에 어른 백로 한 마리, 새끼 세 마리로 계산해 개체 수를 네 마리로 추정한다. 2011년 개체 수는 320마리 정도 되는 셈이다. <제천 일대의 조류> 보고서는 ‘백로 번식지가 과거 조사 시에 비해 번식 둥지에 급격한 감소가 발생하고 있으며 번식지 산림 내의 훼손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백로는 주변 생태환경 바로미터 매년 국립생태원에서 백로 서식지를 파악하는 이유가 있다. 백로는 서식지의 건강성을 평가하기 좋은 생물학적 지표종이다. 백로의 번식 성공과 서식 여부는 주변 환경의 변형이나 오염 정도에 매우 민감하게 달려있다. 환경과학원이 펴낸 보고서 <한국의 백로와 왜가리>는 ‘백로가 습지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이며 집단 번식을 하는 습성 때문에 서식지가 훼손되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한다’고 언급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국가에서는 습지의 건강성을 파악하는 데 백로 개체 수를 이용한다.           ▲ 백로 둥지가 십여 개 있는 나무와 나무 주변 풀숲의 모습이다. 반경 10미터 안 많은 나무와 풀이 크게 훼손됐고, 역한 배설물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올라왔다. 수풀 바닥에는 백로 알로 추정되는 껍데기들이 떨어져 있다. ⓒ 최은솔 김정산   서식지 훼손되면 백로는 뜬다 전문가들은 백로가 떠난 이유를 배설물에 의한 서식지 파괴로 본다. 백로는 기본적으로 번식지를 꾸렸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조금씩 자리를 바꾸는 종이다. 미주생태연구원 박원남 연구원은 “백로가 한 곳에 오래 있는 종이 아니다”라며 “백로는 번식할 때 나온 배설물로 산림 자체를 훼손시키고, 완전히 망가지기 전에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긴다”라고 말했다.   백로의 배설물은, 특히 수백 마리가 군집해 있는 곳에서는 악취가 독한 것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작년 7월에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1천여 마리의 백로가 둥지를 틀어 주민들이 소음과 분변의 악취로 고통을 호소했다. 송절동 주민들은 같은 해 4월부터 청주시에 백로 관련 민원 10여 건을 제기했다. 소음과 악취, 깃털 날림에 고통을 호소한 것이다. 백로 배설물은 강한 산성이라 서식지 토양을 산성화하고 대나무 등을 고사시킨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양승회 제천지회장은 “백로가 일차적으로 좋은 점도 있지만, 이차적으로 근처 소나무를 전멸시킬 정도로 배설물이 독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쪽 사진은 2010년도에, 아래쪽 사진은 2021년에 같은 제천시 신동대교 아래 장평천에서 촬영한 백로와 왜가리 모습이다. 11년 전에는 백로 수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고기를 잡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만, 올해는 간혹 나온 왜가리나 백로 한두 마리만 목격된다. ⓒ <제천신문>, 최은솔 ‘ 모여 살기’보다 ‘분산 이주’ 한 걸까? 백로의 번식지가 여러 개로 쪼개지는 점도 백로가 자취를 감춘 요인이다. 양 지회장은 최근 봉양읍에 있던 백로가 하천 하류 구학다리나 하천 상류 탁사정 쪽으로 퍼졌다고 말했다. 개체 수가 단순히 감소했다기보다 기존 백로가 여러 서식지로 쪼개져 서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19년 환경과학원 조사에 따르면 제천시 백로 둥지 48개가 기존 서식지 봉양읍 봉양리가 아닌 박달재 너머 백운면 원월리에서 발견됐다.           이 기사는 <단비뉴스> 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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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획특집
    2021-05-29
  • '이해 충돌' 논란 부른 제천시 부동산 계약
        [앵커] 충북 제천시가 올해 초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새로 열었습니다.그런데 제천시가 매장을 설치하면서 하필이면 로컬푸드 매장 운영을 위탁받은 협동조합 조합장 소유 건물을 빌려 '이해 충돌'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취재 결과 제천시가 매장을 설치할 건물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선정 기준을 바꿨는데, 추가 공고도 내지 않은 채 업체를 선정한 겁니다. 김태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월 22일에 문을 연 충북 제천시 로컬푸드 직매장입니다. 제천시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기 위해 지상 2층 연면적 379㎡ 규모의 상가 건물을 월 540만 원에 빌렸습니다. 매장 운영은 제천 로컬푸드협동조합이 맡았습니다. 하지만 매장은 문을 연 지 한 달 만에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매장이 설치된 건물의 소유주가 매장을 위탁 운영하는 로컬푸드협동조합의 조합장이었기 때문입니다. 곧바로 ‘이해 충돌’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유일상 / 제천시의회 의원 : “조합장이든 조합원이든 거기에 이해가 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건물에 들어가면 안 되지 않겠느냐.”] 취재를 해보니 제천시가 조합장 소유 건물을 빌리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제천시가 로컬푸드 직매장을 설치할 건물을 구하기 위해 홈페이지에 올린 공고문입니다. 신청 자격에는 신청하는 시점에 건물을 소유하거나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제천시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3차례에 걸쳐 지원자를 모집했는데, 1차 공고 때 지원자가 한 명 있었지만, 기존 로컬푸드 매장과 거리가 가깝다는 등의 이유로 탈락했고, 추가 공고 때는 아예 지원자가 없었습니다.   3차 공고 때까지 신청도 하지 않았던 조합장이 어떻게 제천시와 계약을 맺었을까? 제천시가 3차 공고를 낼 무렵 이 조합장의 아내가 다른 한 명과 함께 제천시 장락동의 과수원을 샀고, 조합장은 3차 공고가 끝난 뒤에야 이 땅에 건물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공고 당시 건물이 없었기 때문에 조합장은 애초에 신청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추가 공고 대신 매장을 설치할 건물을 자체적으로 찾기 시작한 제천시는 건축이 진행 중이던 조합장의 건물을 매장 설치 장소로 선정했습니다. 당초 공고문에는 이미 지어진 건물로 제한했는데, 신축 중인 건물도 포함하는 것으로 기준을 바꾸고, 추가 모집 공고도 내지 않고 조합장이 짓고 있던 건물을 빌리기로 결정한 겁니다.   취재 결과, 신청 자격을 바꾸는 등 중요 기준을 바꿀 때는 시장의 결재를 받아야 하는데 담당 부서가 전결 처리했습니다. 제천시청 감사관은 이렇게 신청 대상을 바꾼 것을 공개하지 않아 행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전결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임차료도 높게 책정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로컬푸드를 팔지 않는 공산품 매장 면적 등까지 임차료 산정에 포함해 예산을 낭비했다는 겁니다.   감사관의 지적에 따라 제천시는 처음 계약한 월세 540만 원을 427만 원으로 낮추고 공산품은 판매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천시청 담당 주무관은 3차 공고에서도 신청자가 없어 자체 검토를 거쳐 매장을 설치할 지역을 먼저 결정한 뒤 적합한 건물을 선정한 것이라며, 전결규정을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단비뉴스 김태형입니다.   (촬영 : 김태형 기자 / 편집 : 김태형 기자 / 그래픽 : 신현우 PD 김태형 기자 / 앵커 : 정진명 기자)       이 기사는 <단비뉴스> 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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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19
  • 제천 학생은 못 먹는 지역 친환경 농산물
    충북 제천은 농촌지역이지만 공공급식체계 부실로 학생들이 신선한 지역 친환경 농산물을 먹지 못하고 있다. 작년 9월까지 학교에 공급되는 친환경 농산물은 쌀과 잡곡 위주였고 신선한 채소는 없었다. 제천은 지난해 10~12월까지 엽채류 등 친환경 농산물 4개 품목을 6개 학교에 시범으로 공급했다. 올해부터는 10개 학교에 9개 품목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2021년 기준 제천에서 학교급식을 직접 조리하는 학교는 32곳인데 22개 학교 학생들은 여전히 기존 방식대로 재배한 관행 농산물을 먹고 있다.   친환경 학교급식 확대는 문재인 정부 ’국가 먹거리 종합전략’ 중 하나다. 이 전략은 안전한 먹거리 보장, 지속가능한 농업,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목표로 한다. 친환경 학교급식은 학생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지역 친환경 농가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마련하는 구실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또는 지자체 차원의 공공급식체계가 필요하다.   첫발 뗀 제천 공공급식 제천은 지난해부터 공공급식체계를 마련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작년 7월 ‘제천시 지역농식품의 공공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공공급식체계를 갖추려는 발판을 마련했다. 조례에 따라 제천은 올해부터 공공급식지원센터를 거쳐 농산물을 현물로 지원한다. 올해 1월부터 ‘제천하늘뜨레조합공동사업법인’(조공법인)이 공공급식지원센터 구실을 하고 있다. 조공법인은 제천 농산물 통합마케팅과 유통을 전담할 목적으로 작년 1월 설립됐다.       ▲ 왼쪽은 올해부터 공급하는 9개 친환경 농산물 품목이다. 오른쪽은 4월 19일에 시범학교 중 하나인 제천 명지초등학교가 사용한 친환경 농산물 품목이다. ⓒ 임효진   올해 3월부터는 처음으로 10개 학교에 9개 품목 친환경 농산물을 무상으로 지원했다. 시범학교는 기존 급식 예산에 더해 친환경 농산물을 지원받는다. 시범학교로는 초등학교 3곳(화산초, 장락초, 중앙초), 중학교 3곳(제천중, 제천동중, 제천여중), 고등학교 4곳(제천산업고, 제천상업고, 제일고)이 있다. 친환경 농산물로는 감자, 양배추, 얼갈이배추, 무, 열무, 시금치, 양파, 대파, 아욱이 들어간다. 그중 양파와 대파는 7월 이후 공급될 예정이다.   취재 결과 친환경 농산물 공급 학교로 선정된 10개 학교 영양교사가 답한 친환경식재료 사용 비율은 30~50% 수준이었다. 영양교사들은 공통으로 친환경 농산물 무상 지원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전에는 한정된 예산 때문에 사용하지 못한 친환경 농산물을 무상으로 지원받으면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났다. 남정여 제천중 영양교사는 “지원받는 농산물로 식재료비를 줄일 수 있어서 다른 부분에서 급식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양교사들은 대체로 친환경 농산물 품질에 만족했다. 함미애 장락초 영양교사는 “보내주는 농산물은 신선한 편”이라며 “상태가 안 좋으면 바로 교환해준다”고 말했다.   친환경 농산물 품목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정여 교사는 “품목이 몇 가지 안 돼 메뉴가 한정되어 있다”며 “오이 같은 것은 제천에서 많이 재배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품목이 늘어나면 메뉴도 다양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부터 친환경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제주도는 상추, 브로콜리, 파프리카 등 다양한 채소류를 공급하고 있다. 채소류 말고 버섯과 과일도 학교급식으로 들어간다.       ▲ 제천 명지초등학교 급식조리소에서 점심을 준비하고 있다. ⓒ 임효진       ▲ 5월 7일 명지초등학교 급식으로 나온 햄버거 재료는 양배추, 양파, 토마토 등 친환경 농산물이 사용됐다. ⓒ 임효진   제천 학교급식 친환경 식재료 사용 비율은 다른 시‧도에 견주어 여전히 낮은 편이다. 제천교육지원청은 ‘2021 학교급식 기본방향’에서 친환경 식재료를 32% 넘게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친환경 식재료를 70% 넘게 사용하도록 한다. 서울에서 학교급식으로 공급되는 전체 농산물 대비 친환경 농산물 비율은 2017년에 61.2%였다. 남정여 교사는 “지금은 쌀과 잡곡, 채소류까지 포함해서 35% 이상 나오면 높게 나오는 거”라며 “올 하반기부터 대파와 양파도 공급되면 35%를 넘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018년 친환경 농산물 학교급식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학교급식으로 공급되는 전체 농산물 중에서 친환경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55%였다. 전남(91.5%)과 제주(88.3%)는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친환경 농산물 공급을 지원하고 있어 친환경 농산물 사용 비율이 높다.   갈 길 먼 공공급식체계 현재 제천 공공급식체계는 부실하다. 지난해 제천은 ‘충청북도 공공급식센터 건립사업’에 공모해 괴산군과 경합하다가 졌다. 괴산군은 지역 먹거리 생산-유통-소비 기반이 잘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 최종 선정됐다. 제천이 떨어진 이유는 관행적 도매시장 중심 유통구조 때문이다. 일반 업체가 학교급식을 공급하고 있다.   작년 11월에 나온 ‘제천형 학교급식 시스템 구축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제천 학교급식은 학교급식지원(유통)센터가 없어 일반 업체의 경쟁입찰 공급체계로 운영된다. 개별 학교 단위 입찰 방식은 식재료의 품질을 낮춘다. 경쟁입찰 방식이 식재료 단가를 올리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시가 나서서 학교급식 공급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급식 유통망이 부실해 제천 친환경 농가들은 제천이 아닌 다른 시·도 학교급식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로 급식을 공급하는 친환경 농가가 피해봤다는 보도가 이어졌는데도 제천 친환경 농가가 코로나19 피해를 입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손해를 본 친환경 농가는 저장성이 낮은 채소를 급식으로 공급하는 농가였다. 제천에서는 친환경 쌀과 잡곡만 급식재료로 공급됐다.   제천에는 학교급식으로 공급할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이 충분하다. ‘제천시 친환경 농산업 기본 자원 조사’에 따르면 제천시 친환경 농산물 인증 작물 생산량은 2019년 기준 벼가 460.3톤으로 가장 많고, 채소 364.9톤, 서류(감자, 고구마) 278.8톤 순이었다. 학교급식으로 공급할 수 있는 친환경 농산물이 많이 재배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에서 제천 친환경단체들은 공통으로 공공급식센터 등 거점 공간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농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환 제천친환경농업연합회 대표는 “친환경 쌀 공급은 십 몇 년 전부터 했지만 채소류는 그러지 못했다”며 “13년여 전부터 충주시와 청주시 학교급식을 공급했는데 제천에는 공급을 못했으니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제천 학교급식으로 들어가는 얼갈이 배추. ⓒ 학고을유기농원   학교급식에서 친환경 식재료가 사용되는 비율은 공공급식체계 유무에 따라 달라진다. 2017년 기준 전국 지자체 245개 중 89개(36.6%) 지자체는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친환경 농산물 공급을 목적으로 운영된다. 광역지자체 중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6곳이다. 학교급식지원센터 운영 비율은 경북이 96%로 가장 높다. 경북 대부분 기초지자체는 학교급식센터를 운영한다. 경북 친환경농산물 사용 비율은 68%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 보고서가 작성된 2017년까지만 해도 충북은 광역지자체 차원의 친환경 급식 예산 없이 기초지자체 자율에 맡겼다.   시설 갖추고 품목 늘려야 현행 공공급식 시스템에서 조공법인은 친환경 농가와 학교 사이에서 거점 구실을 한다. 학교 주문을 친환경 농가에 전달하고 운송 차량을 보낸다. 지금까지 운송이 늦은 적도 없고, 식재료 상태가 안 좋으면 바로 교환해줄 정도로 잘 운영됐다. 문제는 조공법인의 구실이 ‘운송’에 그친다는 점이다. 친환경 농가와 학교를 연결하는 유통만 담당한다. 친환경 농산물 검수도 하지만 형식적 절차에 그친다. 윤도철 조공법인 팀장은 “일단 외관 위주로 본다”며 “친환경 농산물은 외관상 관행 농산물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지만 학교에서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 조공법인이 거점 구실을 하는 제천 공공급식체계. ⓒ 제천시하늘뜨레조합공동사업법인 계획서   현재 조공법인은 농산물산지유통시설(APC: Agricultural Products Processing Center)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APC는 선별, 포장, 저장, 출하 등을 통해 농산물의 상품 가치를 높이는 일을 처리하는 시설이다. 재포장 취급자 인증을 받은 공공급식센터가 제천에는 없어 친환경 농가가 직접 소분해 운송 차량에 실어 보내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을 작은 단위로 나누어 포장하거나 세척∙절단 등 단순 처리하여 포장하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산물 재포장 취급자 인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천 친환경 농산물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학고을친환경영농조합법인이 농산물 포장과 소분을 맡고 있는 실정이다. 김동환 학고을 대표는 “공공급식지원센터에 APC 시설이 생기면 우리는 생산만 해서 가져다주면 끝”이라며 “지금은 생산 농가에서 소분하고 차량에 실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머리가 보통 아픈 일이 아니다”라면서도 “지역에 생산되는 농산물을 애들한테 안 먹일 수 없기 때문에 한다”고 토로했다.   APC가 없어 시범 학교도 불편을 겪는다. 전처리 식품은 세척과 손질이 모두 되어 있는 반면 친환경 농산물은 급식소에서 직접 세척하고 손질해야 한다. 박은순 명지초등학교 영양교사는 “조리사들 일이 더 많아졌다”며 “아이들을 위해 배려해 달라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명지초등학교는 공급되는 친환경 식재료 중에 감자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박 교사는 “감자 탈피기가 없어 감자를 다듬을 엄두가 안 나서 감자는 어쩔 수 없이 전처리 식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남정여 제천중 영양교사는 “전문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제품 포장 상태가 미흡할 때가 있다”며 “세척해 달라고 요청은 하지만 협의를 통해 개선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충북은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인 ‘2020년 지역 푸드플랜 구축 지원사업’에 선정되고나서 공공급식체계 구축에 착수했다. 지난해 괴산을 시작으로 2025년까지 먹거리통합지원센터를 현재 2곳(진천군, 음성군)에서 1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제천시청 농촌상생과 로컬푸드팀 김동국 주무관은 “제천에서 급식으로 들어가는 것들은 지역 농산물이라기보다는 공판장에서 사다가 공급하는 것들이 많다”면서 “시 예산만으로 공공급식센터를 짓기 힘들어 연말에 충북 공모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단비뉴스=임효진 기자)         이 기사는 <단비뉴스> 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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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5-18
  • 제천 독립서점의 다정한 인사 ‘안녕, 책’
    충북 제천시의 유일한 인문학 독립서점 ‘안녕, 책’이 작년 5월 31일 문을 연 후 개점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제천시 덕산면에 그림책·만화책 전문 독립서점이 있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종합해 다루는 독립서점은 제천에서 ‘안녕, 책’이 유일하다. 제천시 봉양읍 미당리 작은 마을에서 ‘안녕, 책’을 운영하는 이경신(41) 대표를 만나 지역 독립서점의 가치를 물었다. 3월 17일부터 4월 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 ‘안녕, 책’ 서점의 외관. 하얀 외벽의 단층 건물이 파란 하늘과 어우러져 동화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 이예진 ‘ 안녕, 책’은 어떤 곳인가요?누구나 와서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즐길 수 있는 서점입니다. 한국에서는 책을 정독하고 완독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잖아요. 저는 책이 흥밋거리, 재밋거리였으면 해요. 책이 무겁고 힘든 존재가 아니라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존재라는 걸 알리고 싶어요. 인사를 건네는 것처럼 ‘안녕, 책’이라고 서점 이름을 지은 것도 책을 가깝고 친숙한 것으로 느꼈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에요. ‘안녕, 책’에 온 손님이 책 제목을 보고 피식 웃기만 해도 성공했다고 생각해요. 꼭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책을 통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요.   제천에 책을 즐길 공간이 적은 편인가요?제천시립도서관이나 제천기적의도서관 등 좋은 공간들이 있어요. 다만 도서관은 조용히 이용하는 공간이다 보니 즐거운 분위기를 느끼긴 어려운 것 같아요. 가끔 어린이와 함께 온 손님이 아이를 조용히 시키곤 하는데 ‘안녕, 책’에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하면 좋겠어요. 소리 내서 호기심과 신기함을 표출하는 공간이길 바라요. 또 참고서나 기성출판물을 파는 동네서점들도 있어요. 다만 기존 서점들은 시내에 몰려 있고 많이 팔릴 만한 서적 위주로 구성돼 있어요. 저는 그곳에서 볼 수 없는 책들을 가져다 놓으려고 노력해요. 독립출판물과 기성출판물이 섞여 있고요. 문학, 역사, 과학, 어린이, 청소년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갖다 놓았어요. 일상을 떠나 여행 온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꾸몄어요. ‘안녕, 책’은 시내의 공간들과는 다른 방향으로 책을 경험하실 수 있는 곳이에요. 더 즐거운 방향으로요.   구체적으로 어떤 즐거움인가요?독립서점은 책과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인 것 같아요. 인터넷으로 책을 볼 때는 필요한 책을 검색해서 사는 것으로 끝나잖아요. 빠르고 간편하지만 책에 관해 나만의 이야기를 쌓기는 힘들어요. 서점에서 책을 보면 그날의 날씨, 기분, 상황의 영향을 받아요. 똑같은 책도 다르게 느낄 수 있어요. 우연히 들른 책방에서 취향에 맞는 책을 발견하는 기쁨, 새로운 분야에 관한 호기심, 상황에 맞는 책을 통한 위로 등을 경험하는 거죠. 특히 독립서점은 어떤 책이 있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우연에 의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가끔 전화로 특정한 책이 있는지 물어보세요. 98%는 없어요. (웃음) 문의하시는 책이 대부분 유명한 책이에요. 그런데 베스트셀러는 다른 서점에서도 볼 수 있으니까요. ‘안녕, 책’에서는 필요한 책을 100m 달리기처럼 빠르게 사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산책하는 기분으로 세상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천천히 둘러보는 여유를 누리시길 바라요.        ▲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이경신 대표. 이 대표는 독립서점의 의미를 기승전 ‘즐거움’이라고 표현했다. ⓒ 이예진   독립서점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육아할 때 책을 통해 위로를 받았던 경험이 결정적인 것 같아요. 육아하기 전에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많이 읽는 편은 아니었거든요. 첫째 아이를 낳고 돌보면서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들었어요. 책은 다른 세계와 이어질 수 있는 가장 빠른 경로였죠. 본격적으로 책을 많이 읽기 시작했어요. 그때 읽은 책이 삶의 태도나 방향을 바꾸는 데에 많은 영향을 미쳤어요. 이전에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상상에 그쳤거든요. 책을 읽으면서는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계획하고 실천하기 시작했어요. 육아할 때 책을 통해 위로받고 즐거웠던 경험이 쌓여서 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진 것 같아요. 그 생각을 실천에 옮겨서 서점을 운영하게 됐죠.   육아할 때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은 무엇인가요?원가희 작가의 <마당의 기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마당이 있는 한옥에 살면서 겪은 에피소드들을 모은 책이에요. 육아할 때 대형서점에서 우연히 본 책인데 서점을 하는 데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이에요. 당시에 마당 있는 집에 살고 싶은 꿈이 있어서 제목만 보고 샀는데 책 내용도 정말 좋았어요. 작가님도 저처럼 육아를 하는 상황이었는데, 저와 달리 일상에서 소소한 변화를 만들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실행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그 책을 읽으면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행동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안녕, 책’ 첫 북토크로 원가희 작가와 남편인 정성갑 작가를 함께 모셔서 더 의미가 있는 책이기도 해요.       ▲ 2014년에 출간한 원가희 작가의 <마당의 기억>. 책이 절판돼 서점에서 판매할 수 없어 아쉽다며 이 대표는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책을 꺼내 보였다. ⓒ 이예진   ‘안녕, 책’에서 북토크 외의 다른 활동도 하고 있는지요?코로나19가 심하지 않을 때는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글쓰기 모임, 독서 모임 등도 했어요. 공간 대여도 했었죠. 지금은 코로나19가 심해져서 잠시 쉬고 있어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책을 매개로 한 문화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어요. 특히 제천에 청소년이 갈 만한 곳이 많이 없거든요. 학원 이외에 갈 수 있는 곳이 시내에도 많이 없어요. 청소년이 부담 없이 이 공간에 와서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어요. 스마트폰이 아닌 책으로도 단순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걸 소개하고 싶어요.   독립서점은 동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역할도 하는 것 같습니다.단골손님 중에 80대 노인분이 계세요. 책을 굉장히 좋아하세요. 그런데 매번 책을 사는 건 부담되잖아요. 그래서 시립도서관이랑 연계한 대출 서비스를 등록해드렸어요. 동네서점에서 신간 도서를 빌려서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제가 시립도서관에 일 보러 갈 때 원하시는 책을 빌려다 드리기도 해요. 여기는 시립도서관까지 거리가 있는 동네라서 ‘안녕, 책’이 가교가 될 수 있죠. 최근에는 시립도서관의 ‘희망도서 동네서점 바로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방문하는 동네 손님이 늘고 있어요. 동네 분들이 책을 매개로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어서 좋아요. ‘희망도서 동네서점 바로대출 서비스’가 서점 운영에도 도움이 되나요?그럼요. 해당 서비스를 ‘안녕, 책’에서 많이 이용하실수록 서점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 시립도서관이 신간도서를 ‘안녕, 책’에서 구매해서 신청자에게 대출하는 구조거든요. 가끔 책을 빌리기만 한다고 미안해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안녕, 책’ 입장에서는 도서를 판매한 것과 같아요. 시민은 집과 가까운 곳에서 책을 빌려 가고, 동네서점은 수익을 올리고, 도서관은 이용률을 높이는 상생 구조입니다.       ▲ 평일 점심시간, 두 손님이 ‘안녕, 책’에서 책을 둘러보고 있다. ⓒ 이예진   앞으로의 모습이 기대됩니다.이 자리에서 30년 동안 운영하는 게 목표예요. 오랜 시간 역사가 쌓여서 이야기가 많은 서점이 되면 좋겠어요. 손님이 서점에 오래 머물면서 구석구석 봐주시면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어요. 요즘에는 시간이 돈이잖아요. 내 시간을 아껴줄 서비스를 돈으로 사는 시대인데 24시간 중에 30분, 1시간, 2시간을 ‘안녕, 책’에서 보낸다는 건 손님의 재산을 나눠 받은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웃음) 시간을 쓸 만한 가치가 있는 공간이라고 인정받은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책 선정할 때도 더 신중하고, 책 진열 방식도 주기적으로 바꿔요. 혹시나 손님이 원하는 책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잖아요. 그때 빈손으로 나가는 걸 멋쩍어 하실까 봐 500원짜리부터 다양한 금액대의 문구류도 갖다 놓았어요. 허리 아래에 있는 책장도 편히 구경하실 수 있게 앉은뱅이 의자도 만들었고요. ‘안녕, 책’에 머무는 동안 좋은 추억을 갖고 가실 수 있도록 더 세심하게 공간을 꾸미고 싶어요. 서점의 역사는 손님과 함께 할 때 쌓이니까요. 지금은 동네 분들보다 제천에 여행 오신 분들이 더 많이 찾아주시는데 앞으로는 동네 분들에게도 사랑받는 서점이 되고 싶어요. 집 가까운 곳에 언제든 가볍게,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서점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해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오셔서 책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실 수 있게 앞으로도 따뜻하고 다정하게 운영하겠습니다. 이 기사에 담지 못한 ‘안녕, 책’ 내부 곳곳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이경신 대표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지 등 기사에 없는 인터뷰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 (단비뉴스 이예진 PD)           이 기사는 <단비뉴스> http://www.danbi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4368보도를 허락을 구하고 중복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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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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